2016. 10. 20. 01:36

[민오/맠재] 어른이 되면

 오늘도다. 늘어진 하늘을 마냥 바라보는 것이 어느샌가 나의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항상 하늘을 볼 때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점이 하늘을 보게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다 붉게그늘지는 하늘은 나에게 백지주고 다독여주었다. 하늘을 보고 난 후 만들어진 백지는 나의 마음대로 그려나갔다. 오늘은 하늘이 나의 백지를 더 어지럽혔다. 물감같은 것을 나의 마음에 뿌려댔다. 색이 섞일수록 더욱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어두어진 나의 백지를 옥상에 잠시 말려둔다. 백지가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옆자리인 걸 느낄때, 나는 또 다시 너의 향기만 떠올라 나의 백지를 더욱 어지럽혔다. 

 나의 옆자리에 있는 네가 필요하다.



 그저 그런 일들 속에 떠내려간 너의 마음이 물에 녹는 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다고 작은 손을 휘적거렸지만 그 마음에 아무런 영향없는 일이었다. 이미 늦어버린 마음을 잡을 수가 없는 나는 하염없이 떠내려보낸 마음에 헛손질을 하며 손가락사이로 흘러내려간 마음의 잔여물을 부여잡았다. 난 아직 어린 아이라 손에 닿지 않을 널 알기에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했다.



 시간이 점차점차 더 흘러 내가 어른이 되면 그때는 마음을 놓쳐버린 널 이해할수있을까. 너의 옆에만 서면 한없이 어리기만한 나도 어른이 되면.



 나의 손을 잡아줄 네가 필요하다.

 내가 넘어졌을 때 잡아줬던 그 손을 다시 잡아 놓지 말아 주길. 지금 그 손이 너무 간절하다.



 내가 어른이 되면 달라질 것 같았던 모든 일들이 나에겐 너무 이르게 내 앞으로 떠밀려온다. 벅차게 떠밀려 온 일들이 애어른이였던 나를 괴롭혔다.



 하늘을 보는 것도 잊게 만들었다.

 다시 머리만 더 아파온다.



 '내가 어른이 되면.'


 이 말만 몇번을 했을까 어느새 백지는 어두칙칙한 색으로 변해 다 말라버렸다. 이제 저 종이를 다시 백지로 만드려면 새 백지를 꺼내야겠지 나의 새 종이가 백지가 아닌 분홍색이던 파란색이던 연두색이던 좋으니 빨리 나의 손에 쥐여지길 바란다.



 또 다시 같은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지러워..."



 나의 말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너의 향기가 강하게 코를 찔러왔다.



 "괜찮아? 어디 아파?"

 "아니요....... 그냥 생각 좀 하다가......."

 "뭔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해"

 "별거 아니예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를 한번 들썩이며웃은 네가 너무나도 예뻤다. 당장이라도 나의 마음을 꺼네어 너의 가슴에 나를 넣고싶다.



 나는 너를 다 알아고싶은데 왜 이렇게 힘이들까.



 그저그런일이라고 치기엔 너를 많이 힘들게 한 그 일들이 어른이 되면 모두가 다 겪는 일일까. 그일에 떠내려간 마음은 누가 잡을까. 난 아직도 어린아이라, 다 커도 애어른이라 얇고 작은 손틈새로 빠져나가는 마음을 누가 잡아줄까. 나의 손에 닿지 않을 널 알아 시간이 조금만 더 흘러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내가 어른이 되면 널 조금이라도 이해 할 수 있지않을까. 적어도 너의 흘러간 마음이 어른이 되어 부서진 가루라면 너의 마음을 따라 나의 마음이 흘러갈 것이다. 흐르고 흘러 설령 만나게 되더라도 날 밀어내지않고 나의 마음을 잡아주길.



 하늘을 보러 간만에 옥상을 올라갔다. 그 옥상에는 나의 자리가 텅비어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뭔가 허전했다. 어서 나의 머리를 백지로 만들 지우개가 필요하다.

 여름의 해는 더욱 늦게지고 나의 머리를 더욱 하얗게 만들어 준다. 8시즈음에야 되어 내려가는 해를 바라보며 텅 빈 옆자리에 팔을 뻗어보았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머리론 청승맞에 뭐하는 짓이냐고 눈물을 혼냈지만 그게 기폭제가 된 듯 더욱 펑펑 쏟아냈다. 그래 눈물은 자기일을 하는데 혼내니 억울할만도 하다. 혹시 뇌에게 그만혼내라고 내가 이만큼 일을 잘한다고 뽐내는 건 아닐까 눈물은 역시 유치하다 어린애 같고 자기 마음대로한다.

 그래서 다들 어린애같은 눈물을 싫어 하나보다.

 그래서 다들 눈물같은 어린아이를 싫어 하나보다.



 나의 작은 옥상과 넓은 침대에서는 나의 백지를 하얗게 만들고 어지럽히는 공간이다. 넓은 침대에서 선홍색으로 물들어버린 나의 백지를 옥상에 말리고 싶다. 이 선홍색은 더 이상 색이 섞여 어두워지지않길 바란다.



 내가 항상 올라가 하늘을 보는 자리에 작은 분홍색 포스트잇을 붙히고 왔다.



'I'm waiting just for you(난 널 못기다리겠어)'



 나의 포스트잇을 누가 볼일은 없다. 그정도로 이 옥상은 사람의 발길이 없으니 당행이라고 해야할까. 이 분홍색의 작은 포스트잇에 마음을 적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혹 나의 마음을 네가 알아줄까해서 너를 닮은 포스트잇에 마음을 긁었다.



 그리고 한참을 옥상에 나의 자리를 찾지 않았다.



 날라 간 건지 누군가 떼어간 것인지 자리에 없는 포스트잇을 찾는 시늉만 해보았다. 사실 그 포스트잇을 다시 찾진 않을 것이다. 어린 나의 작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다시 쓰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떠내려가버린 나의 마음이 먼저내려간 너의 마음에 언젠간 만나길 비며 나의 애어른시절을 버리고 어른아이가 될 것이다. 널 잃어버렸지만 나는 이 옥상에 남겨져 있을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되어 달라진 모든 것들이 나에게 밀려온다. 곧있으면 국방의 의무를 지키러 떠나기도 할 것이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른다면 물도 흐른다는 이야기 되겠지 어차피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마련이다. 나의 마음이 녹은 물이 부디 잘 흘러가 너의 마음 근처에라고 갔으면 좋겠다. 너의 마음 옆에 가지않는 다면 나의 마음은 썩거나 넓은 바다를 떠다닐 것이다.



 나는 아직 이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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